Tuesday, April 8, 2014

신산업과 규제의 충돌: 에어비앤비(Airbnb)와 단기임대 금지법

에어비앤비(Airbnb)는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 현재 세계 3만2000개 도시에서 영업할 만큼 급성장한 회사다. 요즘 이 회사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계산한 회사 가치는 10조원(100억달러). 한국에도 진출하면서 아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집 주인은 남는 방이나 잠시 비는 집을 여행객 등에게 며칠 빌려주면서 돈을 벌고, 여행객 등은 저렴한 비용으로 현지 주민 집에서 묵을 기회를 얻고, 그 중간에서 회사는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식이다. 이젠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 웹사이트에 집이나 방을 빌려준다고 내놨던 샌프란시스코 시민 일부가 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집이나 방 대여를 하는 게 실정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뭐가 문제가 된 걸까.



샌프란시스코는 호텔이나 숙박업체가 아닌 일반인이 '30일 미만으로 집이나 방을 단기임대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주민이나 시 당국, 주거환경 관련 단체가 소송을 제기할 권한도 부여한다. 불법으로 집이나 방을 빌려줬다간 하루 최대 1000달러의 민사제재금(과징금 성격)을 내야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경범죄로 분류돼 형사 처벌도 받게 된다. 최대 1000달러의 벌금형이나 6개월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두 가지 처벌을 다 받을 수도 있다. 시 당국에 요청해 30일 미만 단기임대 허가서를 받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적잖게 들기 때문에 단기임대를 위해 허가를 신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뉴욕시도 샌프란시스코와 마찬가지로 30일 미만의 단기임대를 금지하는 건 같은데, 조금 다른 내용이 있다. 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건 불법이지만, 방 몇 개를 빌려주면서 손님과 함께 기거하면 불법이 아니다. 집 주인이 같이 지내는 걸 조건으로 방 일부를 임대하는 건 가능하지만 전문적으로 '유사 숙박업'을 하는 건 안 된다는 얘기다. 여행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Skift 조사에선 지난 1월 18일 뉴욕시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리스트 6176건 중 3200건이 집(주택, 아파트)을 통째로 빌려주는 조건이었다. 모두 불법이다.
집주인이 단기임대해 문제가 된 경우는 그나마 낫다. 세입자가 주인 몰래(예상 가능하지만 주인이 허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겠다) 에어비앤비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 여행객 등에게 집이나 방을 재임대(sublet)했다가 시 당국이든 집 주인이든 누구에게든 걸려서 문제가 되면 집 비우고 나가란 통지를 받을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같은 도시는 집값이 비싸고 셋방 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 곳이란 점을 감안하면 청천벽력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보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를 통해 거실을 여행객에게 임대했다가 방 빼란 통지를 받은 한 교사는 에어비앤비, 세입자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 에어비앤비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세입자단체는 에어비앤비 같은 업체에 적대적이었다. 
지역, 도시에 따라 에어비앤비를 통해 빈 방, 빈 집을 임대했다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에어비앤비도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있다. 다만 열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가 쉽지는 않다. 회원 가입할 때 '당신이 사는 지역에서는 불법일 수 있고, 벌금 내거나 처벌 받을 수 있으니 잘 알아보고 하라'고 크게 광고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법을 바꿔야한다는 주장이다. 실정법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객 유치로 지역경제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데 '불필요한 규제'가 신산업 성장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에어비앤비는 자사 블로그에서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정법의 규제는 호텔을 포함한 숙박업계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에어비앤비는 최근에 샌프란시스코 시에 호텔세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포틀랜드 시와는 협상을 거쳐 호텔세를 내기로 결정했다. 뉴욕시에도 호텔세를 내겠다는 제안을 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숙박업자가 아니라 집 주인과 여행객을 연결시켜주는 공간(platform)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는 에어비앤비가 호텔세를 내겠다고 밝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실정법과의 충돌 문제가 깔려있다.
에어비앤비는 '대리징수 및 자진납세' 형식으로 세금을 낼 계획이다. 방이나 집 빌려주는 사람들을 대신해 빌리는 사람(여행객)에게 호텔세만큼 요금을 추가로 받는다. 그렇게 거둔 호텔세 명목 요금을 모아 세무기관에 낸다. 호텔세가 숙박료의 14%인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숙박료가 1박에 100달러(에어비앤비 요금 12달러 불포함)라면 앞으로(올해 여름 어느 시점부터)는 여기에 14달러가 더 붙는다. 단순 계산하면 1박에 숙박료 100달러를 붙인 방이나 집 이용요금은 '100달러(숙박료)+14달러(호텔세)+12달러(에어비앤비 요금)=126달러'가 된다. 당장 세금고지서가 나오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세금 명목의 돈을 걷어 세금으로 내겠다는 건 비즈니스 모델을 현실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불법행위로 처벌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집 주인들을 대신해 이름을 밝히지 않고 돈만 걷어 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알아서 세금을 내줄테니 현재 불법인 행위를 합법화시켜달라는 에어비앤비의 요구를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시 당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확실치 않다. 단기임대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인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인 데이빗 치우(David Chiu)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렸지만, 집값 상승으로 '세입자 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여행객을 겨냥한 단기임대를 법으로 허용해주긴 쉽지 않아 보인다. 뉴욕시의 경우 지난해 10월 뉴욕주 법무장관(겸 검찰총장)이 에어비앤비에 집이나 방 단기임대 광고를 올린 집 주인(또는 방 주인) 1만5000명과 2만5000개 광고명단 정보를 공개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하면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예상 가능하듯 에어비앤비는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뉴욕주 검찰은 에어비앤비 집 주인(또는 방 주인)들이 대부분 14%에 이르는 호텔세를 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는 대도시(특히 관광도시)에서 집이나 방을 임대해 수익을 올리려는 집 주인(방 주인)에게나, 저렴한 값에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여행자에겐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가 급성장한 건 그만큼 이용자의 호응이 있었기 때문일테니. 하지만 혁신적이라면 혁신적일 수 있는 이런 신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서 법 개정을 해야하는지는 각 지역의 상황을 고려해야할 것 같다. 여행자를 위한 단기임대가 늘어나면 그만큼 해당 지역의 임대주택 공급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주택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샌프란시스코나 뉴욕시 같은 곳에서 그럴 만한 여유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에어비앤비의 '혁신'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집 주인이나 싼 값에 다른 도시에 머물 수 있는 여행객을 위한 것이지 세입자를 위한 것은 아니다. 사회 발전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신성장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든 기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든. 다만 하나의 규제를 없애기 위해선 해당 규제가 왜 존재하는지, 그 규제를 없앨 경우의 문제점은 없는지 먼저 따져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