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17, 2014

아이폰 6 '2년 약정' 가격, 199.99달러의 실상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임.

아이폰 6, 6+를 이달 한국에서 판매한다고 하니 다른 나라 판매가와 비교하는 기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대부분 미국 일본 가격과 비교하는 기사다. 한번에 내고 사는 가격이야 정해져 있는데, 2년 약정 가격이 역시나 문제다. 2년 약정을 하면 아이폰 6 기본형(16G)이 미국은 199.99달러, 일본은 공짜인데 한국은 단통법 때문에 보조금이 줄어들어 70, 80만원 가량의 거금을 주고 사야할 것 같다는 내용 많다. 일본 상황은 모르겠다. 미국만 보자면, 아이폰 6, 6+(갤럭시 노트 4도 마찬가지)를 2년 약정으로 생각처럼 그렇게 싸지 않다. 오히려 그냥 내고 사는 것보다 비쌀 수도 있다.
아이폰 6 16G를 미국에서 한번에 돈 다 주고 사는 가격은 649.99달러다. 2년 약정이면 199.99달러라고 AT&T, Verizon(사실 여기가 1위업체.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관계로 후순위로 밀었음) 같은 회사 웹사이트에 있다. 하지만 199.99달러가 아이폰 6 16G 가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드시 내야하는 비용'이 들러붙어 있기 때문이다.
AT&T만 예로 든다. 2년 약정으로 사면 기존 통신요금 할인혜택(한달에 많게는 25달러, 적게는 15달러)이 사라진다. AT&T의 스마트폰 기본 요금(선불폰 제외)은 미국내 전화, 문자 무제한 요금 40달러+데이터 요금(최소 20달러)이다. 최소 20달러의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하지 않고는 AT&T에서 스마트폰 개통을 할 수 없다. 20달러 데이터 요금을 내면 달랑 300MB(20달러)를 이용할 수 있다. 1GB(25달러), 2GB(40달러), 4GB(70달러), 6GB(80달러), 10GB(100달러) 등등 데이터 이용량이 늘면 가격이 올라간다.
그런데 데이터 요금을 지난해 12월부터 할인해주고 있다. 10GB 미만에 대해선 한달 15달러, 10GB 이상에 대해선 25달러를 깎아준다. 그래서 실제로 내는 데이터 요금은 300MB(5달러), 1GB(10달러), 2GB(25달러) 식이다.
문제는 이런 할인에 2년 약정계약은 포함되지 않는다 점이다. 2년 약정으로 휴대전화를 사면, 그게 아이폰 6든 뭐든 이런 할인혜택을 받을 없다. 2년 약정으로 스마트폰을 사면, 15달러*24개월=360달러 또는 25달러*24개월=600달러 데이터요금 할인혜택을 못받는다. 2년 동안 적게는 360달러, 많게는 600달러를 내야한다는 얘기다. 
2년 약정으로 사면, AT&T 기존고객도 신규고객과 마찬가지로 activation fee 40달러도 내야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2년 약정 가격(선불로 내는 돈) 199.99달러
할인혜택 사라져 다달이 더 내야하는 데이터요금(2년 동안 내야함) 15달러(10G 미만)
25달러(10G 이상)
기타 더 내야하는 돈 40달러(activation fee, 기존고객도 내야함)
합계(2년 약정 때문에 내야하는 모든 돈) 199.99달러+(15달러*24개월 또는 25달러*24개월)+40달러
=
599.99달러 또는 839.99달러

다시 한번 보자면, 그냥 한번에 돈 다 내고 사는 가격은 649.99달러. 데이터 이용량이 10GB 미만이면 2년 약정으로 사는 게 50달러 이익, 10GB 이상이면 190달러 손해다. 
통신사별로 데이터 요금제가 다르고 기존고객과 신규고객에게 내라고 하는 돈이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선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미국 각 주(state)마다 조금씩 다른 세금은 이 금액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2년 동안 실제 내는 돈은, 세금을 면제해주는 주에서 구입하지 않는 한, 위의 표에서 계산한 것보다 더 많아진다고 봐야한다. 참고로 구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AT&T 매장에서 749.99달러 아이폰 6 64G를 사니 세금으로 65.62달러가 붙는다. 8.7% 정도 비율이다. 합치면 815.61달러.

요즘엔 통신사들이 2년 약정 외에 '무이자 금융할부프로그램'을 밀고 있는 추세다. 데이터 요금 할인은 다 받으면서 초기 목돈 투자없이 스마트폰을 사도록 해준다는 프로그램이다. AT&T의 경우 지난번에 갤럭시 노트 4 포스팅 때 언급했던 AT&T Next가 있다. 기기값은 정가 그대로 20개월(Next 12) 또는 24개월(Next 18) 동안 무이자로 나눠내게 하면서, 일정 기간(Next 12는 12개월, Next 18은 18개월) 요금을 내면 그 후에 새로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남은 할부금을 면제해주는 식이다. 대신 할부금 내던 기존 스마트폰은 반납하는 조건이다. 아이폰 6를 사서 할부금 내고 쓰다가 12개월이나 18개월 뒤에 그건 반납하고 아이폰 7을 새로 구입하겠다고 하면, 남은 할부금은 탕감해준다는 말이다. 물론 새 스마트폰 안 사고 할부금 그냥 다 내고 그 기기 그대로 계속 써도 된다.

한국 스마트폰 가격이 외국에 비해서 얼마나 비싼지 알려면, 보조금 뿐 아니라 그와 얽혀있는 요금제와 같이 분석해야할 것 같다. 통신사가 흙 파서 장사하지 않는 한(흙 파는 데도 비용이 들테니 이것도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보조금을 주는 만큼 어디에선가 그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 이용량이 많지 않아 한달 5만원이면 충분히 전화, 문자,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 는 고객이, 보조금 60만원을 받고 2년 동안 한달 10만원 요금제를 이용해야한다면 이걸 경제적이라고 해야하나. 2년 동안 120만원 내도 될 걸 240만원 내야하니 말이다. 뭐, 전화도 더 많이 걸고, 문자도 더 많이 보내고, 틈나는 데로 동영상 다운받고 영화 보고, 이렇게 하면 득인가. 아이폰 6, 6+ 요금제를 통신사들이 발표하면 이걸 좀 누가 분석해주면 좋겠다. 보조금이 10만원이면 2년 동안 얼마 내고, 보조금이 40만원이면 얼마 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