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24, 2014

'혁신기업' 우버(Uber)와 여섯 살 소녀의 죽음

요 며칠 사이 샌프란시스코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교통사고 사망사건이 지역언론 뿐 아니라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 보도되고 있다. 성공한 실리콘밸리 테크기업(tech company)의 비즈니스모델이 법적 분쟁에 휘말렸기 때문이다(이 글은 2014년 1월 말 네이버블로그 글을 옮긴 것임).
지난해 12월 31일 저녁 8시,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 길을 건너던 여섯 살 소녀, 초등학교 1학년 소피아 리우(Sofia Liu)가 차량에 치였다. 우회전 하던 차량이 소피아 가족을 들이 받으면서 소피아는 세상을 떠났고 엄마와 다섯 살 남동생 앤서니는 크게 다쳤다. 소피아는 일곱 살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57세 시에드(Syed). 사고 직후 밝혀진 건 그가 개인 차량으로 '일종의 택시영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 그는 스마트폰으로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해주는 운송네트워크회사(Transportation Network Companies, 캘리포니아주가 처음으로 만든 명칭)인 우버(Uber)에 등록된 운전자였다. 택시 사고였다면 법적 소송과는 별개로 회사 보험으로 의료비를 포함한 손해배상이 이뤄졌겠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게 처리되지 않았다.
우버는 2010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세계 60여개 도시로 사업을 확장한 기업 이름이자 이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명칭이다(이번 사건과 관련된 서비스의 정확한 명칭은 UberX이지만 구별없이 Uber로도 부른다). 서비스 개시 3년 여 만에 회사 가치는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비즈니스모델은 단순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시켜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초창기엔 리무진업체와 손잡고 리무진 기사와 승객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했지만, 이후 개인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분야를 확대했다.
콜택시와 다른 점은 개인이 본인 소유의 일반 차량으로 영업을 한다는 것. '회사택시' 운전과 달리 평균적으로 하루 100달러가 넘는 사납금이 없고 일하는 시간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우버에 등록해 일하는 운전자들이 꼽는 장점이라고 한다. 우버 측은 등록된 운전자들이 고용된 회사 직원은 아니며, 법적으로 독립된 개인 영업자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운전자는 영업 중이었나


우버는 직원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등록된 운전자가 영업 중에 사고를 내면 1건당 100만달러까지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보험에 가입돼 있다. 당초 '우리는 개인(돈 내고 승차를 원하는 손님) 대 개인(돈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운전자)을 연결해주는 장터(marketplace)일 뿐'이라며 사고 책임은 없다는 논리였는데, 캘리포니아주 정부 차원에서 규제에 나서면서 보험 가입 조건을 받아들였다. 운전자를 등록할 때 범죄경력 조회, 차량 검사, 개인보험 가입 확인도 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 대해 우버는 책임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왜? 회사 차원의 보험을 적용하는 경우는 '운전자가 승객의 콜을 접수했을 때부터 목적지에 내려줬을 때까지'라는 게 우버 측의 논리. 영업 중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반면 운전자 시에드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승객을 내려주고 운전을 하며 스마트폰의 '우버 콜'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영업 행위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버에 등록된 운전자에 대해 어느 시점부터 어느 시점까지 영업 행위를 하고 있다고 볼 것인지는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정해진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서 사고 책임을 질 보험회사가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 우버 측은 '우리 책임이 아니니 우리 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하고,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회사는 '일반 차량으로 보험 가입해 놓고 영업을 하다 사고가 났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으니 우린 책임 못 진다'고 하는 상황이 됐다.
우버 서비스는 교통법 위반인가


지난 27일 숨진 소피아의 가족이 사고 차량 운전자와 우버 양측에 대해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소송을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어느 누구도 보험처리조차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가족이 우버에 대해 책임을 물은 주요 논거는 우버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핸즈프리(hands-free) 장비가 아니면 운전 중에 전화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캘리포니아주 교통법규를 위반한다는 것이다. 우버 운전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온 승객의 '콜'을 수락하려면 손가락으로 눌러야한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우버 애플리케이션 로그온(logged on) 상태였다.
우버 교통사고는 '보험 사각지대'?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건 우버 차량이 교통사고에 연루될 경우, 관련자들이 보험 때문에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 소피아의 사례처럼 우버 차량에 치인 피해자는 승객의 탑승 여부에 따라 법적 분쟁 여부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 보험 사각지대에 서게 된 소피아 가족은 소피아의 학교 친구 부모들이 나서서 모금한 3만4000달러로 장례비와 병원비 등을 댈 수밖에 없었다. 2) 시에드의 경우처럼 우버 운전자는 빈차로 다니다가 사고가 나면 회사 측의 보험에도, 본인의 보험에도 기대기 어렵다. 3) 승객도 골치 아플 수 있다. 우버 운전자가 모는 차를 탔다가 사고가 나면 과실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우버 측이 제공하는 1건당 100만달러 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우버 운전자가 승객을 태운 상태에서 사고가 나도 사고 책임이 우버 운전자에게 있어야만 회사 측의 100만달러 보험 적용 대상이 된다. 상대방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으면? 사고로 다친 승객은 과실이 있는 운전자 보험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한다. 과실이 있는 운전자가 무보험이거나 싼 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치료비도 제대로 못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버 운전자용 보험'은 없다?


이렇게 골치 아픈 상황을 피하기 위해 우버 운전자가 '평상시에는 일반 차량으로 몰고, 우버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영업용 차량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보험'을 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보도를 보면, 우버와 같은 종류의 서비스인 리프트(Lyft)에서 두 달 동안 영업을 하다가 그만 둔 27세 청년이 보험을 찾아헤맨 사연이 나온다.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영업용 운전도 보장하는 개인보험은 찾을 수 없었고, 그나마 싸다는 온라인보험 Geico에서 아예 영업용 보험 견적을 받아 보니 연간 8000달러였다. 시간당 20달러 정도 번다는 데 이런 보험료 내고 일할 수는 없는 노릇.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처음엔 우버나 리프트 같은 서비스에 등록해 운전하면서 쏠쏠한 수입을 올리던 운전자들 중에 보험 문제를 절감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계속 운전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조심해서 교통사고 안 내면 되지'라며 애써 모르는 척 지낸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우버는 미국의 낡은 택시시스템의 빈틈을 노린 비즈니스모델이었다. 택시면허(medallion) 제도 때문에 택시 숫자가 극도로 제한되고 택시업계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주요 도시마다 수요에 비해 택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돼 왔던 탓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만 봐도, 지난해 기준(SFMTA 통계) 택시면허는 일주일 내내 24시간 영업할 수 있는 일반 승용차 면허가 1635개,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밴, 공항에서만 승객을 태울 수 있는 회사면허 등을 모두 포함해도 2005개였다. 최대로 운행할 수 있는 택시 숫자가 2005대라는 얘기다. 80만명이 넘는 인구에, 한 해 방문객이 1600만명이 넘는 도시에 굴러다니는 택시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자신의 차량으로 택시처럼 승객을 실어나르면서 돈을 벌 기회를 주고, 택시 찾기 힘든 사람들에겐 저렴하고 편하게 택시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준 게 우버 같은 회사였다. 하지만 일부에서 '혁신'으로 부르는 이런 비즈니스모델의 미래는 이번 사건에서 불거진 보험, 보다 넓게는 사고 관련 '책임범위'의 문제가 어떻게 법적으로 결론나느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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