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28, 2014

우버의 공짜서비스: 서울의 경우

우버(Uber)가 서울에서 우버엑스(UberX)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본격적인 서비스에 앞서 시범운영을 한다는데, 시범운영 기간엔 공짜다. 왜 공짜서비스를 시작했을까. 그동안 다른 나라,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2주 무료', '5회 무료' 등 기한이나 횟수를 구체적으로 한정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서울에선 언제까지 시범운영을 할지 밝히지 않고 일단 공짜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가 우버엑스 서비스를 공짜(승객에겐 요금을 받지 않지만 운전자에게는 회사 측이 일정 금액을 지급)로 시작한 건 일단 공짜서비스로 이용자를 확대해 우호적인 여론을 키우면서 서울시나 한국 정부 당국과 협상을 통해 법적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버는 Wired Marcus Wohlsen 기자의 분석처럼 그동안 '일단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해 덩치를 키우고, 그러면서 규제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사업 방식'을 보여왔다.

이용자 확대보다 더 중요한 건 현행법에 따라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이 한국에서 불법이라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경우 주마다, 도시마다 상황이 다르다). 택시 같은 영업용 자동차를 허가(택시운전 면허 등) 받은 운전자가 운행하는 게 아니라, 일반인이 자가용으로 남을 태워주면서 돈을 벌면 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우버엑스는 '택시가 아닌 자가용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다. 

일단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만 봐도 명확하다.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 자동차" 한다)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이하  조에서 같다)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된다다만다음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할  있다.
1.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2. 천재지변, 긴급 수송, 교육 목적을 위한 운행,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로서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이하 같다) 허가를 받은 경우

이걸 위반하면 같은 법 제83조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자동차 사용이 제한되거나 금지될 수 있다. 운전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제83조(자가용자동차 사용의 제한 또는 금지) 
①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자가용자동차를 사용하는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자동차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1. 자가용자동차를 사용하여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한 경우 
2. 제81조제1항제2호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자가용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임대한 경우 


제90조(벌칙) 
다음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한다.
8. 81를 위반하여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한 자


그런데 승객에게 돈을 받지 않고 공짜로 태워주는 '무상운송'은 이런 법의 적용을 받을까. 서울에서 시작한 우버엑스는 적어도 '시범운영 기간'엔 승객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서비스. 우버라는 회사가 운전자에게 돈을 준다는 측면에선 운전자는 돈 받고 운전하는 것이지만, 승객과의 관계로 보면 요금을 받는 게 아니니 '무상운송'이다. 시범운영 기간 서울시나 정부 당국이 우버엑스 운전자를 법 위반으로 사법당국에 고발할 지, 검찰이 기소할 지, 법원이 불법으로 처벌할 지, 판단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공짜서비스엔 보험 문제도 얽혀 있다. 우버가 제시한 우버엑스 운전자 요건은 '만 26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 및 자동차보험 가입', '신원조회 및 우버와의 인터뷰 진행'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영업용 보험으로 제한하지 않았고, 다른 나라나 도시의 사례로 볼 때 일반적인 개인보험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버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사례를 보면, 개인용 보험으로 우버엑스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해당 보험회사에서 지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보험 계약과 달리 영업용 차량을 몰다가 사고가 났으니 지급 의무가 없다고 거절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우버는 우버엑스 차량 사고에 대해 회사 차원의 보험을 제공한다. 캘리포니아주 교통당국이 우버와 같은 이른바 운송네트워크회사(Transportation Network Companies, TNCs)의 영업을 합법화해주는 조건으로 사고에 대비한 보험을 요구하면서 다른 주들로까지 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현재 우버는 우버엑스 운전자가 승객 콜을 접수한 순간부터 승객을 내려줄 때까지 난 사고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최대 100만달러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우버엑스와 보험에 대해선 앞선 블로그 '우버, 그리고 보험: 캘리포니아의 경우'에 정리해 두었다.

서울 우버엑스 서비스엔 회사 차원의 보험 제공 얘기는 없다. 당분간 필요없다고 판단했을까. 공짜서비스라서. 자가용자동차로 승객을 실어나른다고는 해도 '무상운송'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자신이 가입한 개인보험을 제공받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거나, 보험회사와 법적 다툼이 벌어져도 운전자가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우버엑스 서비스가 승객에게 요금을 받기 시작하면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불법 문제와 우버엑스 교통사고시 회사 차원의 보험 적용 문제 등이 한꺼번에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공짜서비스 종료 전에 그런 문제를 말끔히 정리한다면 모르겠지만.

이와는 별도로 우버를 택시회사와 같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로 볼 것인지의 문제는 지난해 시작된 우버블랙(UberBlack)에 이어 이번 우버엑스와 관련해서도 정리돼야할 부분이다. 우버를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로 규정하는 그 순간, 우버는 수많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규정 위반으로 사업을 접어야할 가능성이 높다. 우버블랙 논란에 대해선 IT동아 강일용 기자의 [심층분석] 우버, 미래의 대중교통인가 불법과 탈세의 온상인가를 참조. 





Friday, August 15, 2014

우버(Uber), 그리고 보험: 캘리포니아의 경우

미국에서 '우버(Uber) 논란'의 핵심은 보험이다. 핵심사업인 우버엑스(UberX) 같은 서비스가 많은 주(state)에서 보험 문제로 논란이 돼 왔다. 크게 보면 교통사고가 났을 때 어느 수준의 보험이 적용돼야하는지의 문제다.

우버엑스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시켜주는 스마트폰(모바일기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일반인이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유사 콜택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승객에겐 택시 잡아타는 수고를 덜어주고, 개인에겐 택시면허 없이 돈 벌 기회를 주는 사업모델이다. 운임의 20% 가량이 이를테면 중개 수수료다. 우버는 자신들이 앱을 통해 플랫폼(platform)을 제공하기 때문에 운송업체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캘리포니아주 공익사업위원회(California Public Utilities Commission, CPUC)는 지난해 우버와 리프트(Lyft), 사이드카(Sidecar)처럼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대해  운송네트워크회사(Transportation Network Companies, TNCs)란 새로운 명칭을 붙였다. 우버, 리프트, 사이드카 등은 모두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CPUC는 전기, 가스, 수도, 운수 등의 공익사업 부문을 관할하는 주정부 기구.

이른바 '우버 보험' 문제를 살펴보면, 이는 캘리포니아 주의회에 올라온 한 법안을 둘러싼 논란에서 잘 드러난다. 수잔 보닐라(Susan Bonilla) 하원의원(민주당 소속)이 발의한 'AB(Assembly Bill) 2293' 얘기다. 법안의 핵심은 우버엑스(다른 TNC 서비스도 모두 포함) 운전기사가 앱에 로그온(log on)한 상태면 승객을 태우고 있거나 콜을 접수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최소 75만달러 보험을 적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승객의 콜을 접수한 순간부터 승객이 탑승, 하차할 때까지는 CPUC 규정(현재 최소 100만달러)에 따른다. 

75만달러 보험과 관련해선 운전기사가 가입하든 회사가 가입하든, 아니면 양측이 각각 가입한 보험한도가 합쳐서 75만달러가 되도록 하든 그건 자유다. 어떤 이유에서든 운전기사가 가입한 보험에서 보험금 지급이 안 될 경우, 곧바로 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영업용 보험(commercial insurance)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이는 어떤 경우에도 회사가 최종책임을 지란 뜻이다. TNC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TNC 운전기사) 개인보험에서 지급 거절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 4월 데이브 존스 캘리포니아 보험국장(Insurance Commissioner)은 TNC 보험과 관련해 CPUC에 보낸 공문에서 "조사 결과, 운전자의 개인보험회사들이 TNC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보험 적용을 하지 않는다. 보험사들이 빠른 시일 내에 보험으로 적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AB 2293은 "개인보험에 (우버엑스 등의) TNC 서비스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별도로 기재돼 있으면서 캘리포니아주 보험국이 승인한 가격 책정이 돼 있지 않는 한, 운전자 개인보험은 TNC 서비스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인 개인보험에 가입한 뒤 TNC 운전기사로 영업할 경우, 해당 보험회사는 책임질 의무가 없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해당 조항의 원문이다.


Unless coverage for transportation network services is separately and specifically stated in an insurance policy and priced pursuant to approval by the Department of Insurance, a participating driver’s personal automobile insurance policy shall not provide coverage for 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 services, and the insurer under that policy shall have no duty to defend and indemnify for claims resulting from provision of those services.

AB 2293은 보험적용 시기를 명시했다.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둘러싼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AB 2293의 보험적용 시기 구분

  • 시기 1: 운전기사가 앱에 로그온 한 순간부터 앱에서 콜을 접수하기 전까지/승객을 내려준 순간부터 새로운 콜을 접수하거나 로그오프할 때까지
  • 시기 2: 운전기사가 콜을 접수한 순간부터 실제 승객을 태울 때까지
  • 시기 3: 승객이 탑승하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우버와 같은 업체는 <시기 2>, <시기 3>에 대해선 100만달러 한도의 영업용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운전자 개인보험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급 금액이 충분치 않을 경우 회사 보험을 적용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100만달러 보험을 제공한다. <시기 1>이 문제다. 우버와 리프트 등은 앱에는 로그온 한 상황이지만 승객의 콜은 접수하지 않았을 때 사고가 나면 100만달러가 아닌 10만달러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사망 상해에 대해선 한 건당 10만달러(1인 최고 보험금액은 5만달러), 재산손실은 2만5000달러가 적용된다.

동종업체 중 가장 먼저 <시기 1>에 대해 10만달러 보험을 도입한 건 우버였다. 발단은 지난해 12월 31일 우버엑스 차량에 치여 숨진 여섯 살 소녀 소피아(Sofia)의 비극. 당시 운전기사는 '우버 앱'에 로그온 한 상태였지만 콜은 접수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우버는 이를 근거로 회사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버는 <시기 1>에 대해 운전기사 개인보험으로 처리할 문제라며 회사 차원의 보험 적용은 하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든 개인보험 회사에서 '일반보험 가입해놓고 영업하다 사고 냈으니 계약 위반'이라며 지급을 거부하거나, 개인보험 한도가 낮으면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치료비도 제대로 못받을 상황이었고 실제 소피아의 사례도 그렇게 진행됐다.

우버가 <시기 1>에 대해 10만달러 보험을 적용한다고 발표한 건 소피아가 숨지고 두 달 보름 가까이 지난 3월 14일. 그보다 3주 전인 2월 21일엔 보닐라 의원이 AB 2293을 발의했다.

법안이 요구하는 <시기 1>에 대한 보험금액은 75만달러, 현재 우버가 적용하고 있는 금액은 10만달러. 법안을 발의한 보닐라 의원은 지난달 말 산호세머큐리뉴스 기고문에서 75만달러를 기준으로 삼은 이유를 밝히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경제적 손실과 소송비용, 신체적 고통 등의 다른 요소를 제외하고 교통사고 한 건당 의료비만 계산한 게 7만902~44만1618달러였기 때문에 최소한 75만달러 보험은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리무진과 같은 영업용 차량(TCP)의 의무 보험금액이 75만달러(7인승 기준)이기도 하다. 

우버는 <시기 1>에 대한 75만달러 보험 의무화를 가리켜 "택시보다 20배가 넘는 보험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상원의원들을 압박해 AB 2293 입법을 저지해달라며 온라인 서명까지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우버가 필요하다(California needs Uber)"라는 문패도 웹사이트에 내걸었다. 캘리포니아 언론매체인 The Recorder 보도에 따르면, 우버는 AB 2293을 발의한 보닐라 의원에 대한 정치적 압박에 나섰다. 보닐라 의원이 법안을 거둬들이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우편물을 최근 보닐라 의원의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발송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75만달러 보험은 "택시 보험에 비해 20배가 넘는 금액"이라는 주장은 한편으론 맞을 수 있지만 한편으론 달리 볼 여지가 있다. 우버는 <시기 1>에 대해 10만달러 보험을 도입한다며 블로그에 몇몇 도시의 택시 보험한도를 게재했다. 애틀랜타 5만달러, 볼티모어 6만달러, 보스턴 4만달러, 시카고 35만달러, 워싱턴 5만달러 등이었는데,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는 100만달러였다. 같은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는 30만달러(7인승 기준)다. 도시(city)와 카운티(county)에 따라 택시 보험한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어느 한도에 맞춰야한다고 하기는 쉽지 않다. 우버의 주장을 보면 캘리포니아의 어느 도시 또는 카운티 한 곳 이상은 택시 보험한도가 3만7500달러 미만일 것이다. 하지만 당장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만 봐도 택시 보험에 비해 20배 넘는 과도한 금액이라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캘리포니아에서 일반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보험의 최소 보상금액이 한 건당 3만달러(1인 최고금액은 1만5000달러), 재산손실은 5000달러다. 

우버가 바라는 모델은 콜로라도주의 입법 사례. 콜로라도는 법 제정을 통해 지난달 1일부터 <시기 1>에 대해 5만달러 보험 적용을 의무화했다. 내년 1월부터는 10만달러로 두 배 확대한다. 우버 등의 TNC가 이미 10만달러 보험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TNC의 요구를 사실상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캘리포니아가 AB 2293을 현 상태로 입법한다면 <시기 1>에 대한 보험금액 기준에 있어 콜로라도와는 크게 달라지게 된다. 같은 <시기 1>에 일어난 우버엑스 교통사고라도 캘리포니아에서 났는지, 콜로라도에서 났는지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버가 <시기 2>, <시기 3>에 대해 100만달러 보험을 도입한 건 CPUC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9월 CPUC는 불법 영업 논란이 계속되던 우버 등의 업체에 대해 합법적 영업을 허가해주는 조건으로 운전자 신원조회 등과 더불어 100만달러 보험 도입을 요구했다. CPUC는 "TNC 서비스를 제공할 때(When providing TNC services)" 100만달러 보험을 적용하라고 요구했는데 결국 이게 문제가 됐다. 우버 등은 '앱을 켜는 순간부터 끄는 순간까지'가 아니라 '손님 콜을 접수한 순간부터 내려줄 때까지'가 서비스 제공 시기라고 규정하고 그에 대한 보험만 제공했다. 앱을 켜고 운행하던 우버엑스 차량에 치였지만 회사 보험에서 전혀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소피아의 비극'은 그래서 발생했다. AB 2293이 보험적용 시기를 구분하고, 모든 시기에 대해 75만달러 보험 적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건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AB 2293이 실제 법으로 실행되려면 우선 주의회 상원에서 통과돼야 한다. 하원에선 이미 통과됐지만 상원에서 내용 수정이 있을 경우 다시 상하원 협상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을 거쳐 주의회를 통과하면 마지막 관문인 주지사 서명이 남는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텃밭이다. 주의회 의석 분포를 보면, 하원의원은 80명 가운데 55명, 상원은 40명 중 28명이 민주당 소속. AB 2293은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이 발의해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이니 쉽게 통과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상원에서 같은 민주당 소속 알렉스 파딜라(Alex Padilla), 테드 리우(Ted Liu) 상원의원이 반대하고 있다. 지나친 규제로 혁신기업의 사업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우버 등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이다. 공화당 성향의 매체인 Breitbart.com 보도에 따르면, 우버는 최근 캘리포니아의 우버 이용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두 의원에 대한 지지와 AB 2293 반대를 호소했다. 

<업데이트(2014년 8월 30일 현재)>
AB 2293은 지난 28일 주의회에서 의결됐다. 당초 하원을 거쳐 상원에 올라온 안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최종적으로 하원에서 표결로 통과됐다. '하원 의결 --> 상원 의결(하원 의결안 일부 수정) --> 하원 의결(상원 의결안 그대로 의결)' 과정을 거쳤다. 주지사 서명만 남았다.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듯하다. 산호세머큐리뉴스 보도를 보면, 상원에서 찬성 30, 반대 4로 통과되자 하원에서 이를 찬성 70, 반대 0으로 통과시켰다.
<시기 1>에 대한 보험한도 규정은 크게 완화됐다. TNC 업계의 거센 로비를 받는 상황에서 <시기 1>의 보험한도는 당초 75만달러에서 10만달러(1인 최대 5만달러, 사고당 최대 10만달러)로 줄었다. 재산피해(property damage)의 경우 최대 3만달러로 규정했다. TNC 운전자가 법적으로 배상 책임을 지게 될 경우 운전자 개인보험 한도를 넘는 부분에 대해 (운전자든 회사든 어느 한쪽이) 20만달러 책임보험(excess liability coverage)을 들어 지급하도록 했다. 
우버는 이미 우버엑스 서비스의 <시기 1>에 대해 10만달러(1인 최대 5만달러, 사고당 최대 10만달러), 재산피해의 경우 최대 2만5000달러 보험을 제공해왔다. 달라진 건 재산피해의 경우 보험금 한도를 5000달러 높였다는 점과 TNC 운전자가 법적 배상 책임을 지게 될 경우에 20만달러 책임보험을 제공해야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주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우버 대변인이 "상식이 통했다. 승자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이다"라고 밝힌 걸 보면 TNC 업계에 만족스러운 결과였던 셈이다.

Thursday, June 12, 2014

뉴욕타임스 '프리미엄 서비스', 그리고 '프리미엄 조선'

개인적으로 뉴스의 뒷 얘기만큼 재미있는 얘기도 없다. '문창극 후보자가 총리 후보자가 된 진짜 이유', 이런 제목의 기사라면 당장 혹하지 않을까. 기자의 '취재 후기'는 기자칼럼 등의 형식으로 지면(또는 온라인)에 등장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편집국(보도국) 내부(사안에 따라 해당 부서 내부)에서만 알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올해 4월 2일부터 시작한 프리미엄 서비스 '타임스 프리미어(Times Premier)'엔 이런 뉴스의 뒷 얘기가 대표상품으로 포함돼 있다. 이른바 프리미엄 구독자에게만 특별히 제공하는 서비스다.

타임스 프리미어는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유료 서비스 가운데 가장 비싸다. 처음 4주 동안엔 99센트이지만, 그 후엔 1주에 11달러 25센트. 대략 4주를 한 달로 치자면 한달 45달러.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50쪽)에서 프리미엄 구독자(premium subscriber)에게 제공한다고 짧게 언급한 서비스다. 타임스 프리미어 회원이 되면 뉴욕타임스 사이트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100% 이용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화면 캡쳐

특별할인이 없는 일반 가정의 종이신문 구독료는 1주일 8달러45센트. 한달이면 33달러80센트다. 종이신문 구독자가 한달 10달러를 더 내면 타임스 프리미어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게 해준다.

혁신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지만 뉴욕타임스가 사활을 걸고 있는 부문이 디지털 구독자 확대다. 4월 24일 뉴욕타임스 기사

 올해 1/4분기(1~3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 수입은 1 전보다 13.6% 증가한 4000 달러. 1/4분기 추가된 디지털 구독자(digital-only subscriber) 39000으로 전체 디지털 구독자는 799000명이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 보도자료에 포함된 내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동안의 뉴욕타임스 실적. '종이신문+디지털신문' 발행부수(circulation)는 월~금요일 214만9012부, 일요판 251만7307부. 월~금 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고, 일요판은 8% 증가했는데, 이는 디지털 구독자 증가에 힘입은 것이었다. 월~금 디지털 발행부수는 134만1945부, 일요판 130만106부각각 18%, 22% 증가했다. 반면 종이신문 발행부수는 월~금 68만905부, 일요판 121만7201부각각 7%, 3% 감소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4월 하루 주요 기사 40건을 제공하는 'NYT NOW'(한달 8달러)와 더불어 타임스 프리미어 서비스를 시작한 데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국내에선 매일경제, 한국경제에 이어 종합일간지로는 조선일보가 처음으로 프리미엄 서비스 '프리미엄 조선'을 지난해 시작했다. 지난 9일엔 프리미엄 조선 강화 차원에서 '기자에게 물어보세요' 서비스를 도입했다. 프리미엄 조선은 외부 필자 기고를 포함해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기자들이 뉴스의 뒷얘기를 쓰는 '뉴스 인사이드' 코너다. '기자에게 물어보세요'는 지난해 11월 시작한 이 뉴스 인사이드를 보완하는 성격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조선 서비스에 대해선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의 분석을 참고.

타임스 프리미어와 달리 프리미엄 조선은 이름과 연락처 정보를 제공하면서 온라인 회원가입을 하면 유료독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일단은 개인정보 제공을 구독료로 받는다고 해야할까.





조선일보가 인력과 시간, 돈을 투입해 프리미엄 조선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종이신문 구독자의 감소 추세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로 인해 대중적으로 알려졌지만, 세계 언론환경은 디지털 매체의 성장과 종이신문 산업의 쇠퇴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국내 종합일간지 유료부수 변화도 이런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몇년 새 이른바 10대 종합일간지 유료부수는 전체적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문화일보는 예외적이다). 유료부수가 가장 많은 조선일보만 해도 3년 사이 약 7%(9만8308부)가 감소했다. 



최근 종합일간지 유료부수 변동


2010
2012
2013
경향신문
200,158
176,202
N/A
국민일보
211,632
147,848
140,140
동아일보
866,665
753,237
707,346
문화일보
133,430
140,359
146,898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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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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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ABC 협회 자료를 토대로 정리.


조선일보가 프리미엄 조선 서비스를 강화해 얻으려는 당장의 목표는 뉴욕타임스의 그것과는 달라 보인다.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구독자(digital-only subscriber) 확대에 첫번째 목표를 두고 있다면 조선일보의 경우 기존 종이신문 독자의 '디지털 구독자 전환'을 유인하는 차원이 강한 것으로 읽혀서다. 프리미엄 서비스 회원 가입을 유도해 데이터를 확보한 뒤, 향후 디지털 구독자 전환 작업에 활용하는 단계를 밟을 가능성이다.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는 "조선일보는 새로운 온라인 이용자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종이신문 구독자에게 혜택을 주려는 목표를 밝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가 온라인 기사 유료화(페이월: 부분 유료화)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아직 이렇다할 성공사례가 눈에 띄지 않는다. 온라인 기사 유료화에 대해선 한겨레 문현숙 선임기자의 기사를 참고.

최근 언론계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뉴욕타임스와 조선일보의 프리미엄 서비스 얘기가 오갔다. 전망에 대해선 차이가 있었지만 '관건은 돈 내고 볼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아니겠느냐'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달 45달러 구독료를 내고도 뉴욕타임스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독자는 적지 않겠지만, 국내 언론 가운데 그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매체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200개가 넘는 국가에서 하루 800만명 이상이 온라인으로 방문하는 곳이 뉴욕타임스 사이트다. 최고 품질의 기사와 정보를 제공한다고 자부하는 뉴욕타임스가 올해 1/4분기 추가한 디지털 구독자가 3만9000명. 매체에 대한 호오(好惡)와 별개로 동종 업계에서 '조선일보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조선일보는 종이신문 구독자의 몇 %를 디지털 구독자로 데려올 수 있을까. 프리미엄 조선은 얼마나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Tuesday, June 3, 2014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와 '베껴쓰기 저널리즘'

일본식 용어가 아직도 적잖이 남아있는 한국 언론계 은어 중에 다른 언론 기사를 살짝 고쳐쓰는 행태를 가리키는 '우라까이(베껴쓰기)'란 말이 있다.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른 건 앞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를 정리할 때였다. 

뉴욕타임스가 공들여 제작한 '넬슨 만델라 부음' 기사 시리즈보다 뉴욕타임스 기사를 인용해 쓴 허핑턴포스트 기사가 훨씬 더 많은 페이지뷰를 만드는 상황을 언급한 부분에서 '디지털 소매치기(digital pick-pocket)'란 말이 등장한다. 허핑턴포스트의 한 간부가 "이런 게 자랑스럽진 않지만 이게 너희가 해야할 경쟁이다. 너희는 (남들이) 너희 기사를 가지고 더 나은 제목을 붙이고 소셜미디어로 더 홍보해서 '디지털 소매치기' 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다.(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34쪽) 
베껴쓴 기사에 당하지 않으려면 너희가 만든 오리지널 기사 홍보 제대로 해서 장사 잘 하라는 얘기였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팀은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우리가 더 적극 기사를 알리는 노력을 하는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디지털 미디어에선 얼마나 깊이 있는 기사를 쓰는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게 얼마나 마케팅을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내부 구성원들에게 말하려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제 아무리 대단한 단독기사를 내놔도, 독자를 끌어들이는 홍보력과 기술력이 앞선 디지털 미디어가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이라고 인용하면서 훨씬 섹시한 제목을 붙이고, 요점을 정리해 베껴쓰면, 더 많은 독자가 읽는 기사는 '베껴쓴 기사'가 되기 때문에. 

그런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2년 전 뉴욕타임스가 게재한 '고객정보' 관련 기사였다.


2012년 2월 16일, 뉴욕타임스 찰스 더힉() 기자는 일요판 매거진용 기사 'How Companies Learn Your Secrets'를 온라인에 먼저 올렸다. 기업이 어떻게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는지를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Target)의 사례로 보여준 기사였다. 일요판 잡지용 기사인 걸 감안해도 정말 장문의 기사(노트북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9쪽) 였다.

기업이 비밀리에 고객정보를 어떻게 모으고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가를 다룬 이 기사에는 타깃이 고객 ID를 만들어 관리하면서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을 해온 사례가 들어있었다.



찰스 더힉 기자가 쓴 기사(출처: 뉴욕타임스 화면 캡쳐)


그런데 이런 스토리가 널리 알려진 건 뉴욕타임스 기사를 통해서가 아니었다. 더힉 기자의 기사가 온라인에 게재되고 몇시간 뒤, 소셜미디어에 다른 매체의 기사 한 건이 떴다. 제목은 'How Target Figured Out A Teen Girl Was Pregnant Before Her Father Did'포브스(Forbes)의 소셜미디어팀 담당인 캐시미르 힐() 기자가 뉴욕타임스 더힉 기자의 오리지널 기사 내용을 짧게 정리해 올린 기사였다. 


캐시미르 힐 기자의 기사(출처: 포브스 화면 캡쳐)

미니애폴리스에서 딸을 둔 한 아버지가 타깃 매장을 찾아가 분풀이를 했다. 이유는 이 매장이 10대인 딸 앞으로 자꾸 출산용품 할인쿠폰을 우편으로 보내왔기 때문. 그런데 며칠 뒤 매장 매니저가 사과하려고 전화했더니 아버지가 외려 사과를 했다. 확인해보니 딸이 임신했더라는 것. 타깃이 딸의 쇼핑 정보를 분석해 임신 사실을 파악하고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알기도 전에.

페이스북에서 뉴욕타임스 오리지널 기사가 받은 '좋아요'+'공유' 버튼 클릭 수는 대략 1만4000개. 오리지널을 요약한 포브스의 기사가 받은 클릭 수는 1만5000개 이상이었다. 뉴욕타임스 오리지널 기사의 트래픽 거의 대부분이 그 기사를 사실상 베낀 포브스 기사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었다고 한다. 포브스 기사를 읽다가 거기에 언급된 오리지널 기사를 찾아들어가 읽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얘기다. 

남의 기사 훔쳐가서 장사해먹는다는 욕도 먹은 포브스의 힐 기자가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유출된 뒤 기사를 올렸다. 제목은 'The Terrible Irony In The New York Times Not Publishing Its Own 'Innovation Report'.

2년 전 자신이 '타깃' 기사 썼을 때 자신이 욕도 먹었지만, 사실 뉴욕타임스 오리지널 기사가 더 많이 읽히도록 해준 게 자신의 기사였다는 주장도 담았다. 그는 장문으로 길게 쓰는 기사가 있으면 '짧은 요약판 기사'도 따로 써서 올리는 서비스를 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읽어봤는데, 디지털 미디어 수준 높이려고 고민하는 것도 알겠는데, 아직도 변화를 위한 정신자세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 것. 대외비, 내부용 보고서라고는 해도 이미 다른 매체에 넘어가 기사가 나오는 상황인데, 왜 아직도 너희가 만든 보고서를 가지고 기사를 쓰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힐 기자가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는지는 별개로, 새겨 들을 대목도 있어 보인다.

'베껴쓰기 저널리즘'에 있어 한국 언론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종기사는 A 신문이 썼지만, 네이버 뉴스 검색에선 B신문(주로 닷컴)이 베껴쓴 기사가 오히려 시간상 먼저 나오는 식이다. A 신문이 자사 홈페이지에 기사를 띄우자 마자, 아니면 A 신문이 새벽에 배달되자 마자 'A 신문 보도에 따르면'이란 문구를 넣어 거의 토씨만 조금 바꿔 베껴쓴 기사가 B 신문 닷컴 기사로 제작되는 경우다. 특종기사는 A 신문이 쓰고, 온라인 트래픽은 B 신문이 챙기는 셈이다. 신문사 홈페이지를 방문해 기사를 읽는 사람보다 포털 뉴스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는 사람이 훨씬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겠다.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베껴쓰기 저널리즘'에 적응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인식하는 게 한편으론 서글프다. 그렇다고 혁신보고서에 '뉴욕타임스도 베껴쓰기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는 없다. 자존심도 중요하겠지만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뉴욕타임스에겐 온라인 기사 유료화(페이월: 부분 유료화)의 성공에 기여해준 충성도 높은 독자들이 있으니 새로운 시도를 할 기반이 튼튼한 셈이다. 이런게 저력이겠지 싶다.

Friday, May 30, 2014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정리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NYTimes Innovation Report)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체면을 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게 아니어서다.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뉴욕타임스가 살아남기 위해 시급한 개혁, 변화가 뭔지 분석하고 정리해 사내 구성원들을 설득하려는 용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보고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독자 확대 방안과 편집국 강화 방안이다.
*이탤릭 파란 글씨는 보고서 원문이 아니라 읽고 난 뒤 소감을 붙인 것임.

참고로 이와 관련해서 강정수 박사님이 슬로우뉴스에 보고서의 전체적인 의미와 내용에 대해 자세히 정리해 올린 기사가 있습니다.




독자 확대


1.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것인가


  • 새로운 뉴스(news)만 찾지 말고 기존 자료를 활용하라. 우리에겐 1851년 창간 이후 지금 보고서를 작성하는 이 시점까지 1472만3933건의 기존 기사가 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활용하자. 우리는 단순한 신문이 아닌 도서관이 될 수 있다.(28쪽) 새롭게 기사를 만들어낼 생각만 하지 말고 갖고 있는 기사들을 어떻게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상품으로 내놓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 같은 주제의 기사들을 컬렉션(collections)으로 보여주면 독자를 끌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기자나 에디터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tool)을 개발했다. 나중엔 독자들이 이 도구를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기사들을 묶어서 보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우리가 했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기자가 20여년 동안 써온 성매매 관련 기사를 묶어서 소개한 'Inside the Brothels'는 6일 동안 46만8106건의 페이지뷰(pageview)를 기록했다. 그렇게 묶기 전까지 별 관심 못받고 방치돼 있던 기사들이었다.(34, 35쪽) 하나 하나 따로 생산됐던 기사들 가운데 같은 주제나 연관된 주제의 기사들을 묶어 '스페셜 코너'처럼 만들어서 게재하는 게 의외로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 시간과 비용 많이 들이는 스노우폴(Snowfall, 하나의 기사를 일반 기사와 동영상, 그래픽 등을 활용해 풍부하게 보여준 방식)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한번에 모든 걸 쏟아붓는 이런 기사는 쉽게 다시 제작하기 어렵다. 시간 비용을 적게 들여 쉽게 스노우폴 같은 효과를 만들 수 있는 도구(tool)와 템플릿(template)이 필요하다.(36쪽) 오랜 시간에 걸쳐 공 들여 만드는 것보다, 기사와 사진 등의 자료를 투입하기만 하면 스노우폴은 아니라도 그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작품이 생산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독자 성향에 맞춰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는 기사가 달라지는 이른바 '개인별 맞춤화(personalization)'를 강화해야한다.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인 페이퍼(Paper app)는 사용자에게 맞춤화된 뉴스를 보여준다. BuzzFeed나 워싱턴포스트는 독자가 어떤 경로로 찾아왔는지에 따라 다른 화면을 보여준다. 트위터에서 뉴스링크를 클릭해 찾아온 독자에게는 트위터에서 인기있는 기사들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스는 편집국이 관여하지 않는 상태에서 비즈니스 부문에서 개인별 맞춤화를 이끌어왔다. 지금 그나마 있는 건 홈페이지 우측에 있는 'Recommended For You' 탭이다. 편집국이 관여하지 않다 보니 별 관심 못 받는 기사를 배치하는 경우가 잦다. 지금 준비 중인 건 독자들이 놓쳤지만 보고 싶어할 만한 기사들을 보여주는 이를테면 'What you missed' 코너다. 편집국이 이런 맞춤화에 좀더 참여해야하고 어느 선까지 맞춤화를 할 것인지도 결정해줘야한다.(37쪽) 정치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정치뉴스를, 경제에 관심 많은 독자에게는 경제뉴스를 화면에 주요하게 배치해주는 서비스를 하는 식으로 독자 구미에 맞춘 뉴스 화면을 제공하는 기능을 더욱 강화하자는 주문이다.
  • 기사마다 '팔로우(follow)' 버튼을 만들자. 독자가 좋아하는 기자, 토픽 등을 팔로우하면 해당 기자의 기사나 관련 토픽의 글을 자동으로 읽게 해줄 수 있다.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새로운 기사가 나오면 '알림(alert)' 메시지를 보내는 방안도 시도해 볼 수 있다.(39쪽) 뉴욕타임스 기사엔 공유 share 버튼은 있지만 팔로우 버튼은 없다.
  • 뉴욕타임스는 태깅(tagging)에 뒤떨어져 있다.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판도라 등 성공한 인터넷기업들은 영화와 노래, 기사 등을 수십가지 또는 수백가지 다른 요소(예컨대 로맨틱영화인지 코믹영화인지, 주인공이 누구인지, 어린이용인지 성인용인지 등등 키워드를 붙여서 데이터를 구축하는 방식)로 구분해 태깅하고 사업에 활용한다. 60%에 가까운 뉴욕타임스 독자가 모바일로 접속하는데, 우리는 기사를 위치정보로 태깅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맞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면 관련 기사와 사진, 동영상을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럴려면 태깅을 제대로 해서 데이터를 구축해야한다. 경쟁자인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런 데이터를 이용해 독자의 이용 실태 분석에 활용한다. Circa는 기사를 팩트(facts), 인용(quotes), 통계(statistics)로 분류한다. 그 때문에 에디터는 뉴스가 발생하면 그에 연관된 내용과 맥락을 쉽게 찾는 게 가능하다.(41, 42쪽) Circa의 경우 기사 하나를 읽으면 독자가 관심있어할 만한 그와 관련된 다른 기사 리스트가 하단에 배치된다. 하나의 기사가 단락마다 나뉘어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기준에 맞게 태깅(tagging)이 돼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서비스가 가능한데 뉴욕타임스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2. 어떻게 기사를 홍보할 것인가


  • 뉴욕타임스는 '기사 자랑'을 안 한다. 좋은 기사는 자연히 알려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경쟁자들은? 그들은 자신들의 기사를 독자들에게 더 많이 알리는 게 기자와 에디터의 핵심 업무라고 여기고 공격적으로 프로모션을 한다. 우리 경쟁자들은 뉴욕타임스가 이런 상황인 걸 알게 되면 황당해한다. 뉴욕타임스에는 종이신문에서 일하는 기자와 에디터의 전형적인 분위기가 살아 있는데, 이제 이렇게 체면치레할 때가 아니라고 보고서는 말한다.
  • 가디언은 편집국 내부에 프로모션 팀이 있고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세워져 있다. 가디언(가디언 유에스에이)이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하는 것은 프로모션 팀과 그 같은 전략이 있어서다. 허핑턴포스트는 기자와 에디터 모두 소셜미디어에 능숙해야하며, 애틀랜틱에선 기자들이 자기 기사를 알리고 트래픽 숫자를 늘려야 한다.
  • 전통적 저널리즘(old-school journalism)의 보루인 ProPublica(비영리 탐사보도단체)조차도 기사를 띄우기 위해 에디터가 검색, 소셜미디어, PR 전문가를 만나 기사마다 전략을 세운다. 기자들은 기사마다 5건의 트윗을 날려야한다. 반면 우리는 입을 닫고 있다. 1년 넘게 공들인 'Invisible Child' 시리즈(홈리스 어린이와 가족의 문제를 심층취재한 연재기사 및 동영상)를 만들어 놓고도 회사의 마케팅과 PR 담당자들에게 너무 늦게 알려 사전 홍보도 못했다. 담당 기자는 이틀 동안 기사를 알리는 트윗도 하지 않았다(비록 기사는 상당한 반향을 가져왔지만 그런 추가적인 노력이 있었다면 얼마나 더 많은 독자를 끌었을지 우리는 모른다).
  • 핵심 도구는 소셜미디어다. 우리는 회사 차원에서 수천만명, 개별 기자들과 에디터들이 수백만명에게 알릴 수 있는 자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욕타임스 사이트에 들어오는 트래픽이 10%도 안 되는 상황이다. BuzzFeed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방문자가 우리의 6배가 넘는다. 잘 쓴 페이스북 포스팅 하나가 신문 헤드라인보다 나은 홍보 도구가 된다. 또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모바일에선 더욱 커진다.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미디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생각하는 매체가 BuzzFeed인 듯 하다. 보고서에선 BuzzFeed 얘기가 수시로 나온다. 
  • 많은 미디어가 편집국에 팀을 두고 실시간 인기 기사를 조회한다. 기사가 인기를 끌면 해당 팀이 데스크를 지원해 트래픽을 더 일으키고 방문자들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 어떤 매체들은 예상과 달리 인기가 없는 기사들을 추려 재포장해 내보낸다. 눈길을 끌 기회를 한번 더 만드는 것이다. 로이터는 최근 2명의 직원을 채용해 매일 숨은 보석 같은 기사 7건을 찾고, 이를 재포장해 재출고하는 일을 시키고 있다. 우리도 편집국 내부에 그런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 그렇게 해서 어떤 경우에 좋은 성과가 났는지 공유할 필요가 있다.
  • 검색엔진에서 찾기 쉽게 최적화를 하는데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데이터를 보다 짜임새 있게 하는 것(여러 검색어로 분류해서 태깅하는 것과 같은)만으로도 우리 '요리 레시피'를 보려고 검색엔진을 통해 찾아들어온 트래픽이 52%까지 증가했다.
  • 허핑턴포스트와 BuzzFeed가 최근 수년 간 우리 트래픽을 잠식한 건 이런 검색 강화와 소셜미디어 홍보를 통한 것이었다. 허핑턴포스트는 '사진과 검색용 헤드라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없는 상태에선 기사를 내보내지 않는다. 사진도 있고, 헤드라인도 뽑혀 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홍보하는 글도 올린 이후에 기사를 내보낸다는 의미다.
  • 디지털 소매치기(digital pick-pocket)를 방어해야한다. 허핑턴포스트는 가끔 우리 기사를 가지고 우리보다 트래픽을 높인다. '넬슨 만델라 부음기사'의 경우가 그랬다. 허핑턴포스트의 한 간부는 "이런 게 자랑스럽진 않지만 이게 너희가 해야할 경쟁이다. 너희는 (남들이) 너희 기사를 가지고 더 나은 제목을 붙이고 소셜미디어로 더 홍보해서 '디지털 소매치기' 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이라고 밝히고 해당 기사를 조금 고치고, 제목 새로 붙이고, 소셜미디어로 홍보해서 허핑턴포스트에 올린 기사가 뉴욕타임스 원본 기사보다 훨씬 더 많은 페이지뷰를 만드는 상황을 '디지털 소매치기'로 표현한 것이다.
  • 애틀랜틱(The Atlantic)과 폴리티코(Politico)는 이메일을 독자에게 직접 홍보하는 창구로 이용한다. 우리는 650만명의 독자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방식은 2차적인(일단 기사 내보낸 뒤 나중에 생각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43, 44쪽)
  • ProPublica의 사례에는 배울 게 많다. 각각의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프로모션 팀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한다. 팀에는 1)제목 검색과 링크 등을 통해 기사를 키우는 방안에 집중하는 전문가, 2)기사별로 어느 플랫폼이 최선인지를 찾고 입 소문을 퍼트려줄 영향력 있는 인사를 찾는 사회 부문 에디터, 3)다른 미디어나 관심있는 기구에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하는 마케터가 포함된다. 에디터는 기사가 제대로 홍보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가는 이런 홍보 효과를 평가한다.(46쪽)
  • 뉴욕타임스는 기자와 에디터에게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하라는 룰을 만들지 않았다. 자유에 맡긴 셈인데, 그러면서 소셜미디어 이용 관련 가이드도 제공하지 않았다.  기자와 에디터가 자신들의 일을 홍보하도록 독려하고,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방법은 에디터가 기사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기사 게재 전과 후 활용할 수 있는 '도구상자(impact toolbox; 기사편집시스템과 연동시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듯)'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47쪽)

3. 어떻게 독자에게 더 다가갈 것인가


  • 로열티를 높이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독자에게 다가갈 것인가. 첫 걸음은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기사를 생산하는지) 좀더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다. 기사나 사건의 뒷 얘기를 기자와 칼럼니스트가 전해주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스의 많은 기자와 칼럼니스트가 다른 플랫폼(뉴욕타임스 사이트가 아닌)에서 독자와 접촉하려고 한다. 좋은 소식은 최근에 뉴욕타임스가 '우리가 읽고 있는 것(What We're Reading)'이란 이메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이메일은 뉴욕타임스의 에디터와 기자, 칼럼니스트 등이 웹에서 추천하는 글들을 묶어 보내주는 것이다. 우리는 프리미엄 독자에게는 '기사 뒷 이야기(story behind the story)'를 제공하고 있다. 새 오피니언 코너는 독자와 칼럼니스트의 토론을 독려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49, 50쪽) 조선일보 '프리미엄 서비스'가 이와 유사하다. 
  •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이용자 생산 컨텐트(user-generated content, 허핑턴포스트 등에서 직업기자가 아닌 이용자가 쓰는 오피니언 형식의 글이나 에세이 등)'에 있어 경쟁자들에게 심각하게 뒤지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와 Medium 같은 매체가 성장한 건 부분적으론 그런 오피니언 글과 에세이를 싣는 플랫폼이 됐기 때문이었다. CNN 같은 다른 매체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컨텐트의) 심각한 질적 저하 문제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큰 수익을 가져오고 더 많은 독자 참여를 가져온다.(51쪽)
  • 외부기고(Op-Eds)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는 매일 최고 수준의 사상가(thinker)와 리더들로부터 수십 건의 외부기고를 받지만 그 중 일부만 게재한다. 일부는 글의 질적인 문제 때문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신문 지면의 제한 때문이다. 최근 우리는 영화(영상)제작자들이 보내오는 다큐멘터리(Op-Docs)를 받아 내보내고 있다. 다큐멘터리 수준도 높고 독자 반응도 뜨거워 인기 코너의 하나가 됐다. 외부기고를 섹션별로 확대하는 실험을 해봐야한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섹션별로 외부 기고를 늘리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명민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한편에 150달러라는 저렴한 원고료를 받고도 뉴욕타임스에 글을 쓰고 싶어한다. 일단 한 두명의 데스크로 시작하도록 권고한다.(52쪽) 뉴욕타임스 외부기고 원고료가 한편에 150달러면 참 저렴하다.
  • 독자 대상 이벤트(외부행사)를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티켓 한장에 7500달러나 하는 TED Talks 행사를 뉴욕타임스가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런 걸 추진하기 전에 편집국이 우리의 이벤트 전략에 좀더 개입할 필요가 있다. 뉴욕타임스 기준에 맞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독자 이벤트를 만들어야한다. '뉴욕타임스 독자 페스티벌' 같은 것을 생각해보자. 뉴욕시에서 여는 연중행사로 웹사이트 회원은 누구나 돈을 내고 참여할 수 있고, 일부 행사는 유료회원과 프리미엄회원에게만 개방한다. 가능한 세션으로는 <올해 최고 기사들에 대한 토론>, <특정 토픽에 대한 기자, 에디터와의 질의응답>, <글쓰기, 사진, 동영상 강좌>, <올해 가장 많이 읽힌 외부기고자 토론>, <베스트 동영상, 사진, 인터랙티브 소개(showcase)>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우리는 뉴욕타임스 기자와 저널리즘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53쪽) 돈도 벌고 독자 참여도 높이는 1석2조 효과를 갖고 있으니 확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편집국 강화


1. 어떻게 독자가 만족하는 사이트를 만들 것인가(디지털 지원부서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의 고민)


  • 뉴욕타임스 사이트에서 독자가 원하는 기사를 쉽고 편안하게 찾고 (댓글을 다는 등의 방식으로)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이른바 '독자 편의(reader experience)' 지원 업무가 중요하다. 디자인, 기술 지원, 데이터 분석, 연구개발, 전략수립(또는 상품개발) 등의 업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는 편집국 외부 부서에서 담당하는 업무로 여겨져 왔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하자거나 편집국이 이런 부서들을 모두 넘겨받자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업무를 '디지털 편집국'의 확대 차원에서 편집국이 관여하는 업무로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편집국과 다른 부서 간의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또 부서간(편집국과 그외 부서 간) 인사 이동(cross-departmental career paths)도 가능하게 해야한다.(61쪽)
  • 경쟁 매체에선 조직체계상 '독자 편의' 지원 부서들이 편집국에 보고하거나, 편집국과 다른 국(편집국 외의 관련 국)에 함께 보고한다. 허핑턴포스트와 BuzzFeed가 별 볼일 없는(lackluster) 컨텐트를 가지고 성공한 주요한 이유는, 편집국 핵심 파트가 된 전략수립(또는 상품기획)과 테크놀로지(기술 지원) 부문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선 '독자 경험' 전문가들이 편집국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대충 짐작하거나 그냥 무시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회사에서 통계 분석, 여론조사, 소규모 심층조사(focus group)를 담당하는 조직들은 그동안 독자 확장 같은 데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편집국이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편집국이 이런 조직에서 도움 받을 일은 많다. 뉴스레터(회사가 정기적으로 보내는 소식지)를 오전 6시에 받아보게 하는게 좋은지, 오전 10시에 받게 하는게 좋은지, 이런 소식지를 보내는 게 절독했다가 다시 돌아온 독자의 충성도를 높이는지 등.
  • 편집국에서 오래 전부터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자기들이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고 말한다. 디자이너들은 편집국 에디터들이 개인별 맞춤화 실험, 컨텐트 배치와 분류, 독자 요구에 맞춘 기사 작성 변화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협력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개발 부서도 마찬가지로 편집국이 자신들이 하는 일에 적극 개입해야한다고 말한다.(62, 64쪽)
  •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 에디터들이 '독자 편의' 부서에서 기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뭘 해줄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편집국 내에서 비즈니스 부문 동료들과 (기사와 관련해) 이야기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서다. BuzzFeed 창업자는 편집국과 '독자 경험' 부서 간의 긴밀한 협력과 기술지원에 대한 투자가 가파른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한다.(64쪽) 한국의 대부분 언론사 내부 분위기도 뉴욕타임스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 편집국과 '독자 편의' 부서 간의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져야한다. 회사 수뇌부에서 편집국과 '독자 편의' 부서에 각각 담당자를 지정해서 별도 허가 과정 없이 상호 협의하고 협력할 권한을 주는 방안이 있다. 그렇게 되면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65쪽)


2. 편집국에 소규모 전략팀을 만들자


  • 편집국 내에 소규모 전략팀(겸업이 아닌 해당업무만 전담하는 조직으로 6명 이하)을 만들어라. 이 팀은 편집국 간부들이 경쟁자의 전략, 변화하는 기술, 독자의 행태 변화를 이해하도록 하는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또 편집국 차원에서 디지털 리포트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항상 참여하는 역할도 해야한다. 이 팀엔 저널리즘과 테크놀러지, 이용자 편의, 제품(기획) 및 분석 등에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포함돼야한다.(71쪽)
  • 우리 편집국 에디터들은 기사 가치를 판단하는 데는 날카로운 감각을 갖고 있다. 큰 사건이 터지면 기자 몇 명을 투입할지 곧바로 판단하고, 5일 동안 보도할 기사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부문으로 가면 상황이 다르다. 때로는 디지털 부문에 대한 야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때론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감각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편집국 전략팀이 이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들이 일하는 바로 옆에서 편집국 전략팀에 소속된 이용자 편의(user experience), 기술지원, 제품관리(product management) 전문가들이 디지털 부문 수준을 높이는데 있어서 무엇이 문제인지 점검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수 있다는 것이다.
  • 우리의 집배신(content-management system, 기사 작성 및 송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면 편집국 데스크와 기자들은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임시방편으로 일단 해결하는데 시간을 소비한다. 한 간부급 데스크는 "상부에서 상황이 이렇다는 걸 알면 난리가 날 것"이라면서도 집배신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문제점을 설명할 능력이 없다고 느꼈다고 했다. 우리는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디자인, 인터랙티브 뉴스 부문에서도 같은 얘기를 듣고 있다. 편집국 전략팀은 수뇌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편집국의 디지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우선순위 결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에 앞서 어떤 문제가 해결돼야하는가, 우리가 얻으려고 하는 바는 무엇인가, 얼마나 많은 인원이 필요한가, 성공의 잣대는 무엇인가, 경쟁자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어떻게 더 나아질 것인가 등에 대한 답을 찾는데 편집국 전략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76쪽)




#빨라야 이긴다(Speed Wins)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특종기사와 같이 긴급하게 다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자에게 뺏길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우리 회사의 앤드류 펠프스는 그날 그날의 리포트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동화된 홈페이지 도구(tool)를 개발했다고 상사에게 보고했다. 에디터들은 환호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조직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몇달 뒤 앤드류는 시각적 홈페이지 자동화 도구를 그냥 포기했다. 그리고 1년 뒤 앤드류가 개발한 것과 똑같은 모습의 화면이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에 등장했다. 그러자 우리 회사 비즈니스 부문이 곧바로 나서서 같은 툴을 적용한 시각적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77쪽) 


3. 어떻게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매체를 만들 것인가



  • 앞으로 몇년 간 뉴욕타임스는 '다양하고 인상적인 디지털 리포트를 만드는 종이신문'에서, '다양하고 인상적인 종이신문을 만드는 디지털 매체'로의 변화에 가속 페달을 밟아야한다.  우리는 일상 업무의 많은 부분을 다시 생각해야할 것이다. 이는 때로는 고통스럽고 어렵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우리 리더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고 이런 방향으로 변화를 꾀해 왔다. 하지만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는 건, 우리가 위기상황에 걸맞게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편집국과 편집국 간부들이 맞닥뜨린 가장 중요한 장기적인 도전일 것이다.
  • 우리의 변화를 더디게 만든 요인들이 있다. 75% 이상의 광고와 구독 수입이 여전히 종이신문에서 나온다. 또 뉴욕타임스 종업원 대부분은 자신의 경력을 인쇄매체에서 성공하는데 쏟아왔다. 하지만 현재 우리 독자의 최대 다수는 디지털 독자다. 이는 우리 성장을 위한 단 하나의 기회가 무엇인지 보여준다.(81쪽)
  • 지속적인 신문의 수익이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바뀌고 있다. 몇몇 재산가들이 디지털 매체를 만드는데 돈을 투자했다. 또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신생 매체들이 디지털 미디어의 의미를 새롭게 쓰고 있다. 전통적인 우리 경쟁자들은 자신들을 '디지털 퍼스트(미디어)'로 변화시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여왔다.
  • '디지털 퍼스트'로의 변화를 위한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건 없다. 유일한 방안은 스스로 질문하고 실험해보고 변화를 위해 온갖 노력하는 것 뿐이다. 첫 걸음은 편집국이 기존 종이신문 전통과 디지털 부문 강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강도높게 평가하고 변화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알아야한다.
  • 이는 종이신문 기반의 전통적인 업무와 그에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고, 디지털 업무에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 어느 부문을 버릴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 차원의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평가하고, 새로운 디지털 부문 간부 직위를 만들고, 편집국 외부의 혁신조직 인력과 더불어 편집국의 디지털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의미한다. 
  • 정책이나 구조를 바꾸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간부가 아닌 편집국원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한 신호를 주고, 보상체계를 바꾸며, 디지털 미래로의 변화에 대한 기여를 중심으로 인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82쪽)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의 의미는?
'디지털 퍼스트'는 첫번째 우선순위가 종이신문의 제약에서 벗어나 최상의 디지털 리포트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퍼스트의) 마지막 단계는 디지털 리포트 중에서 최상의 기사들을 재포장해 배달용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전환에는 인사, 조직 개편, 작업 프로세스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재고하는 게 필요하다. 종이신문을 만들어온 경험이 없는 매체는 최상의 디지털 리포트를 제작하는데 전념하기만 하면 된다. 종이신문 회사들에게 이런 전환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래서 우리 경쟁자 일부는 구성원들이 디지털에만 전념할 수 있는 소규모의 독립적인 팀을 만들어 그 일을 맡겼다. (82쪽)


  •  신생 매체들은 '디지털 퍼스트'를 내세워 우리의 뛰어난 기자들을 빼가고 있다. 종이신문의 제약 없이 성공할 수 있는 테크놀러지를 제공하고 재능을 발전시키도록 해주겠다면서. 우리 경쟁자 일부는 지난 2년 동안 '디지털 퍼스트'를 위해 조직을 재구성했다. 지난 한해 유에스에이투데이는 개발자와 소셜미디어 에디터와 같은 디지털 스태프를 각각의 (편집국) 데스크에 통합시켰다. 이제는 소규모 팀이 종이신문 부문을 담당한다. 편집장 데이비드 캘러웨이는 "온라인 뉴스 중에서 최고를 선별해 다음날 배달하는 종이신문에 싣는다. 하지만 어떤 기사도 종이신문용으로만 만드는 건 없다"고 말한다.(83, 86쪽)
  •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간부들이 독자 트렌드 변화를 공부하고 실리콘밸리에서 몇주 동안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유에스에이투데이와 비슷한 단계를 밟았다. 신문을 찍어내는 판(editions) 숫자를 3회에서 1회로 줄였다. 야간 제작인원 200명을 낮 근무시간대로 옮겼다. 독자 참여, 데이터, 속보 팀들을 강화했다. 그리고 종이신문 제작은 소규모 에디터에 맡겼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0명 규모로 '실시간 뉴스 데스크'를 새롭게 조직하며 '디지털 퍼스트' 대열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편집국의 중심에 소셜미디어 에디터들과 데이터 분석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독자 참여 데스크'(audience-engagement desk)를 새로 만들었다. WSJ는 빠른 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젊은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 뉴욕타임스는 어떤가. 수십년 동안 우리는 세계수준의 신문을 일년 365일 제작해왔다. 하지만 종이신문의 제약과 기사 마감시간에 맞춰져온 우리 전통과 일상과 버릇은 점점 더 디지털 세계와는 어긋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우리 신문의 대다수 컨텐트는 여전히 저녁 늦게 나온다. 반면 독자들이 우리 웹사이트를 가장 많이 방문하는 시간대는 이른 아침이다. 우리는 일요판에 야심찬 기사를 내보내려 하지만 주말에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데스크들은 각 섹션의 1면 기사에 전력을 기울이지만 소셜미디어에다 기사를 홍보하는데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기사를 완벽하게 만든 뒤 내보내야한다는 마음가짐이지만 우리 경쟁자들은 그렇지 않다. 일단 내보낸 뒤 피드백을 받아 다시 기사를 고치는 식이다.(86쪽)


#NYT는 어떻게 디지털에서 망했나-미식축구 선수의 동성애자 선언 사례
대학 미식축구 선수 마이클 샘(Michael Sam)이 자신이 게이라고 공표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는 뉴욕타임스와 ESPN에 이 소식을 첫번째로 알렸다. 우리가 내보낸 관련 기사는 매우 훌륭했지만 우리보다 디지털 부문에서 앞선 경쟁자들은 마이클 샘의 이야기로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웹사이트 트래픽을 얻었다. 뉴욕타임스에서 기사를 읽은 사람보다 우리 경쟁자 웹사이트에서 기사를 읽은 사람이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우리가 보다 더 '디지털 퍼스트' 접근을 했었다면, 우리는 웹사이트에 더 많은 독자가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더욱 많은 관련 기사를 내보내는 계획을 (24시간 마감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hour-by-hour)로 세웠을 것이다.
(84쪽)
#'디지털 퍼스트'에 맞는 행위는 이랬을 것이다.  
1)반응을 소개하기 전에 오피니언 섹션에 미리 알림부터 내보냈어야했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 뒤에 칼럼을 내보냈다.
2)2011년 내보냈던 '커밍 아웃' 시리즈를 다시 내보냈어야했다. 그 시리즈는 게이 커뮤니티를 깊숙이 취재했기 때문에 에디터에게 관련 인물들 연락처를 물어봤어야한다. 우리는 마이클 샘 기사에 붙일 이 시리즈 링크를 찾지 못했다.
3)구글플러스 행아웃(hangout)에서 게이라고 이미 밝힌 다른 운동선수를 찾았어야 한다. 우리는 공개적으로 이미 게이라고 선언한 NBA 선수 제이슨 콜린스가 마이클 샘과의 우정에 대해 얘기하는 온라인 동영상과 텔레비전 출연 자료가 엄청 많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4)기자 한 명에게 트위터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일을 전담시켰어야한다. 우리는 몇몇 디지털 매체가 우리보다 훨씬 더 트위터 반응을 잘 모아 전한 것을 알게 됐다. 특종기사가 없었는데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NFL 집행부 내의 반발을 첫번째로 보도했다.
5)우리가 어떻게 인터뷰를 했는지 짧은 뒷얘기를 올렸어야 한다. SB Nation(스포츠 전문 온라인매체)은 우리 특종기사의 뒷얘기를 '특종'이라고 보도했다. 그 기사는 트위터와 구글 뉴스를 휩쓸었다. (84, 85쪽)